본연 기성과 기질 지성의 개념
성이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리가 사람과 사물 속에 들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본래의 성이며 본연지성으로 절대적 선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주희가 말한 성즉리이고 맹자가 말한 성선설에서의 성의 의미입니다. 이러한 성의 내용에는 인의예지가 있습니다. 인의예지란 사람에게 부여된 성을 네 가지로 나누어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연지성은 하늘에서 받은 그대로의 순수한 성만을 말할 때 이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본연지성은 성이라기보다 리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리가 일정한 형체 속에 들어가면 비로소 실재적인 성이 됩니다. 이때 성은 기질의 영향을 받은 성을 말하는 것이지 본래의 성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가 기질 속에 내재된 것이 성이 되므로 성은 당연히 기질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기질 속에 내재해 있는 성을 기질 지성이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하면 기질 지성이란 본연지성이 기질 속에 들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로써 성은 하늘에서 부여받은 본연지성과 기질 속에 들어있는 기질 지성으로 구분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본연지성과 기질지성은 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두 측면으로 구분하여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연지성은 기질과 연관되지 않는 순수한 리의 측면에서 성을 말한 것이고, 기질지성은 기질 속에서 성을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을 본연지성과 기질 지성으로 구분하고는 있지만 각각 다른 두 가지 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본연지성이 리로서 선한 것이지만, 기질지성은 기질의 영향을 받아 선악이 공존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럼 주희는 왜 성을 본연지성과 기질 지성으로 구분한 것일까요? 사람이 누구나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나 하늘로부터 똑같은 리를 부여받았다면 인간의 능력적 차이는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엄연히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등으로 다양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주희는 이런 차이점을 이해하고자 기질의 개념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부여된 본연지성만으로는 현실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희는 사람마다 기품이 다르기 때문에 맑은 기를 받는 사람도 있고, 탁한 기를 받은 사람도 있으며 다양성이 존재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기품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기질이 결정되고, 또한 기질의 차이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결정되게 됩니다. 그러한 기질의 차이에 따라 기질 속에 내재된 기질 지성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본연지성은 리이므로 악의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선 그 자체이지만, 기질지성은 기질의 영향으로 선악이 공존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기질 지성에는 선의 근거인 리와 악의 근거인 기질이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기질 자체에는 선과 악이 없지만, 탁한 기질은 사람을 악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본연지성과 기질 지성으로 이름을 달리하지만 성 그 자체의 성질에는 차이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성이 기질 속에 내재되어 기질의 영향을 받을지라도 성 그 자체는 변형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주희는 리를 사용하여 사람의 선한 본성을 설명하고 , 동시에 선악이 공존하는 현실의 다양한 차별상에 대해서는 기질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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