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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동양 철학 - 리와 기의 관계에 대한 설명

by 원더르 2022. 6. 14.

불 상리 및 불상 잡

성리학은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리와 기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러한 리와 기가 합쳐져야 비로소 사물의 생성이나 존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리와 기는 이론상으로는 구분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왜냐하면 리는 반드시 기 속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리와 기는 이치와 사물이라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볼 때 리와 기의 관계는 두 가지 속성을 지니게 됩니다. 리가 기 속에 들어있으므로 둘을 나누어 볼 수 없다는 면과, 리와 기는 본질적으로 구분된다는 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리와 기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는 리와 기는 서로 섞이지 않는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리학에서는 서로 떨어지지 않는 관계를 불 상리라고 부르고, 서로 섞이지 않는 관계를 불상 잡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주희는 이러한 리와 기의 관계를 태극과 음양의 관계에서도 적용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태극과 음양의 관계를 리와 기의 관계로 받아들입니다. "태극은 리이며, 음양은 하나의 기이다"라고 말했으며, 불 상리 불상 잡의 관계로 설명을 합니다. 주희는 태극과 음양의 불 상리 한 관계를 말하면서도 태극과 음양의 불상 잡 관계를 말합니다. 정리하자면 태극과 음양 역시 섞여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는 것입니다. 태극은 음양의 가운데 있지 음양의 밖에 존재하지 않고 음양과 함께 동시에 존재하니 태극과 음양에는 선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 상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보면 태극은 태극이고 음양은 음양이라 서로 섞일 수 없는 것도 맞다는 것입니다. 둘은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니 둘을 분명히 구분해 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불상 잡"이라고 합니다. 

 

이선 기후  - 리가 기보다 앞서는 이유

리와 기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리와 기는 떨어져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았을 때 리와 기는 누가 앞서느냐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리는 기속에 항상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리가 기보다 앞선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걸까요? 이것은 불상 잡의 관계에서는 선후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리와 기를 분리시켜 보기 때문에 무엇이 우선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리가 기보 다 앞선다고 보는 이론은 성리학적 용어로 이선 기후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선 기후가 왜 중요할까요? 그 이유는 리와 기의 선후 문제가 주희의 철학의 기본 성격을 형성해주기 때문입니다. 리와 기중 어디에 중점에 두느냐에 따라, 철학의 성격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먼저 주희는 리와 기는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없는 불 상리의 관계에 있으므로 본래 선후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선후를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비록 사실적인 측면에서는 리와 기가 섞여있어 선후를 논할 수 없을지라도, 궁극적으로 보았을 때 기보다 리를 더 근원적인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것을 리가 기보다 앞서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이선 기후는 리와 기를 논리적으로 구분시켜 보는 입장에서 리와 기의 선후관계를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적 관점에서의 리와 기의 선후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 관점에서 순서를 말하자면 리가 있은 뒤에 기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때 리와 기는 서로 다른 지위를 갖게 됩니다. 

 

또한 리와 기의 관계가 도덕의 가치문제와 연결되어 리는 선이고, 기는 선일 수도 있고 악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리는 절대선이고 기는 상대적으로 선이기 때문에 리가 기보다 가치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이선 기후의 이론을 낳는 기초가 됩니다.

 

정리하자면 리와 기는 논리적 측면 혹은 가치적 측면에서 이선기후의 관계가 성립합니다. 논리적 측면에서는 근원적으로는 리가 기보다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가치적인 측면에서도 리가 기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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