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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동양철학 - 이기론의 기

by 원더르 2022. 6. 6.

기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기에 대한 사전적 정의로는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라고 설명합니다. 기가 만물을 구성한다는 사상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해도, 기가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이라고 보는 것은 송대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때 대표적인 인물은 장재입니다. 장재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기의 모임과 흩어짐으로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기의 바탕이 되는 우주만물의 근원을 태허라고 부릅니다. 태허는 기로 가득 차 있으므로 기의 본체라고도 합니다. 우주만물은 태허 속의 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태허 속의 기가 응결하여 만물이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는 만물을 형성하는 물질적 근원으로서의 위치를 확립하게 됩니다.

 

이런 기가 정이와 주희에 이르러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으로 보지 않고 물질적 차원의 어떤 속성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기와 구분되는 또 다른 차원, 즉 기의 존재 근거로서 리를 설정하고 이 리에 대한 상대 개념으로 기를 다루게 됩니다. 주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리와 기로 설명하는데, 존재하는 모든 사물 그 자체를 기라고 하고, 존재하는 것들이 있어야 할 모습으로 있게 하는 존재 원리를 리라고 규정합니다. 정리하자면 기에 의해 만물이 형성되고, 기에 의해 형성된 만물의 배경에 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의 개념은 리와 함께 성리학의 이론 체계 속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기는 추상적인 리에 비해 매우 구체적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세계는 모두 기의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모든 만물은 모두 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천둥, 번개 등 자연현상도 모두 기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도 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기는 눈에 보이는 물질로부터 그 배후의 안 보이는 에너지와 운동성 및 다양한 현상까지 포괄하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만물은 기로 구성됩니다. 그러므로 만물뿐만 아니라 물질의 구성요소인 음양과 오행도 모두 기의 내용이 됩니다. 그러므로 주희는 음양은 하나의 기일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기를 논하려면 음양과 오행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음양은 하나의 기임에 틀림없지만, 음양은 음의 기와 양의 기라고 하여 두 개의 기로도 말해집니다. 음양이란 하나의 기에 대한 또 다른 표현입니다. 하나의 기가 운동하면서 음과 양이라는 두 명칭으로 세분화됩니다. 기를 음양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나타내지만, 서로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이 물러갔기 때문에 새로운 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양이 물러가는 것이 그대로 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것에 대한 두 개의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대 기와 음양의 관계는 하나로도 볼 수도 있고 두 개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로 볼 때는 기 = 음양이 되고, 두 개로 볼 때는 음과 양이 됩니다. 두 개로 본다고 하여 음과 양이 각각 별개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음양이라는 말은 고요함과 움직임과 같은 기의 운동하는 측면을 받아들인 추상적인 명칭에 불과합니다.

 

오행과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하나의 기가 움직이고 고요하여 양기와 음기가 된 다음에 이 두 가지의 기가 서로 얽혀 다섯 가지 원소를 만듭니다. 이 원소가 수, 화, 목, 금, 토입니다. 이 다섯 가지 원소는 어느 것이든 모두 음과 양의 두 기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이므로 음의 기와 양의 기가 그 속에 들어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오행은 음양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눈 것으로, 오행도 궁극적으로 개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난 기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이처럼 '기'에는 기, 음양, 오행이라는 세 개의 서로 다른 범주가 포함됩니다. 그것들은 기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음양과 오행은 모두 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행도 이전에 있던 사상이지만 오행을 음양의 다음 단계로 확정하고 만물 생성의 요소로 간주한 것은 송대에 이르러 나타납니다. 오행이란 음양의 작용을 다섯으로 나누어 표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음양의 밖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음양과 오행은 별개의 것은 아닙니다. 만물은 오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오행은 음양으로 되어있다고 설명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음양 - 오행 - 만물의 순서로 발전된다고 볼 수 있으나, 존재적인 측면에서는 음양 = 오행 = 만물로 봐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기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음양과 오행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기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주희는 이러한 음양, 오행의 관념에 태극이라는 개념을 연결시켜 태극과 음양의 관계를 리와 기의 관계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리와 기는 그 성격이 분명하게 구별됩니다. 이러한 성격이 서로 다른 둘이 사물이 존재하기 위한 근원이 됩니다. 리는 사물의 존재 원리이며, 기는 그 형체를 구성합니다.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모두 형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형체를 지니고 있는 한, 그것은 반드시 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로 있는 이상, 그것이 있게 하는 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만물은 모두 리와 기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물마다 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하지만 기의 작용에 의하여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사람 중에서도 귀한 사람, 천한 사람으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만물이 리와 기를 부여받아 이루어지는데, 이때 부여받은 기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문물의 모습을 갖게 됩니다. 이처럼 현실세계의 다양성은 어떤 기를 받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기의 차이에 의해 만물의 다양성이 결정되고, 이로써 리도 서로 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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