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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동양철학 - 성리학의 전개 장재와 이정

by 원더르 2022. 6. 3.

장재의 기철학

장재는 북송 중기의 철학자입니다. 장재의 철학은 기에서 출발합니다. 기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모임’과 ‘흩어짐’입니다. 기의 모이고 흩어짐에 의해 만물이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합니다. 그래서 인간의 삶과 죽음도 기의 모임과 흩어짐으로 설명합니다. 기가 모여서 인간이 태어나고 기가 흩어지면 죽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결국 기의 모임과 흩어짐의 과정을 통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합니다.

 

장재는 이러한 기의 바탕이 되는 우주의 보편적 근원을 태허라고 부릅니다. 태허는 우주의 다른 이름이며, 태허는 기로 가득하여 있습니다. 그래서 태허를 기의 본체라고도 부릅니다. 그래서 장재는 “태허는 형상이 없으나 기의 본체이며, 그것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변화하는 일시적인 형상이다”라고 말합니다. 태허는 기가 아직 구체적인 사물을 형성하지 않은 바탕이 되는 본래의 상태입니다. 이것은 완전히 텅 빈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굳이 비유하자면 기로 가득 찬 우주 전체의 공간과도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인 만물은 태허 속의 기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태허 안의 기가 모여서 만물이 되었다가 흩어지면 태허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것을 인간에게 비추어보면 사람이 죽었을 때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 죽습니다.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다 그러합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듯이 우주 안의 모든 존재가 생성과 소멸을 거치면서 순환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태허의 기가 모여서 만물이 되고, 만물이 흩어져서 태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저절로 태허에서 만물로, 만물에서 태허로 순환을 계속합니다. 이런 순환의 모습이 우주의 본모습이라는 것이 장재의 주장입니다.

 

장재는 이러한 모습을 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물이 얼면 얼음이 됩니다. 물은 형체가 없지만 물이 얼어 얼음이 되면 형체가 있습니다. 이것은 태허에서 만물이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얼음은 언제가 녹아서 다시 물이 됩니다. 이 모습은 만물이 흩어져서 태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물은 태허이고, 얼음은 만물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태허에서 바로 만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태허가 일단 기가 되고, 기가 모여서 만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태허는 기가 흩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원래 기이고, 만물도 기가 모여서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역시 기인 것입니다.

 

이러한 장재의 기 이론은 주희가 집대성한 성리학의 이론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주희는 장재에 있어 만물의 본원에 해당하는 기를 물리적 개념으로 간주하고 이정의 ‘리’ 개념을 가져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주희는 장재의 ‘기’ 철학과 이정의 ‘리’ 이론을 결합하여 성리학의 가장 핵심 이론인 이기론을 완성하게 됩니다. 지금부터는 이정의 ‘리’ 철학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정의 ‘리’ 철학

이정이란 정호와 정이 두 형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돈이 밑에서 공부하였으며 당시 학자인 소옹과도 친구였습니다. 이런 정호와 정이의 철학은 ‘리’를 최고 범주로 삼았기 때문에 ‘이학’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정호와 정이 두 사람의 철학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성격도 매우 달랐습니다. 정호는 따뜻한 성품이지만, 정이는 엄격한 성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의 근원을 ‘리’라고 말합니다. 정호는 리의 절대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리 대신에 천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천리’라는 두 글자를 성리학의 핵심적 개념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성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리’의 개념이 여기에서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희의 계사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되는 것을 도라 한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정이는 이 구절을 음양의 변화가 곧 도가 아니라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 되게 하는 근거가 도라고 해석합니다. 정이는 음과 양의 물질적 속성인 기의 운동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물질적 운동보다 더 큰 원리를 도라고 본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는 곧 리를 뜻합니다.

 

정이는 도에 해당하는 리와 음양에 해당하는 기를 다른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음양 그 자체는 기의 차원으로, 음양을 움직이는 근거를 리의 차원으로 봅니다. 음양이라는 것의 근거에는 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가 만물의 근거라는 설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생각은 주희에 의해 계승되어 성리학의 기본 논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를 리와 기로 보는 이론을 세우게 됩니다.

 

반면 정호는 음양의 운동 그 자체를 도라고 보고,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되는 것을 도라고 설명합니다. 정이는 음양의 근거가 도라고 보았다면 정호는 음양의 운동 과정 역시 도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와 기는 결단코 두 물건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가 곧 기이고, 기가 곧 도이다”라는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은 도밖에 사물이 없고, 사물밖에 도가 없다고 강조하며, 사물의 본질과 원리 등에 해당하는 리가 모두 사물 안에 있다는 말입니다.

 

인간에 적용해보면 마음 전체를 리와 동일시할 것인지, 마음속의 성에 해당하는 선한 부분만을 리와 동일시할 것인지 구분이 생기게 됩니다. 이때 정호는 심즉천이라는 말을 제시하여 마음 전체를 리와 동일시할 것을 주장합니다. 여기서 천은 리를 의미하므로 결국 마음을 리와 동일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나아가 여기서 ‘심즉리’ 사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정이와 정호는 철학적 사상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정이의 사상은 대부분 주희에 의해 계승되고, 정호의 사상은 육구연에 의해 계승됩니다. 정이의 이러한 해석은 주희에게 계승되어 성리학의 핵심 이론인 이기론을 완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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